실적을 담은 기록에는 과장이 섞인다.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광개토왕비에도 부풀린 대목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왕에 대한 기술도 그렇고, 족보는 아예 계보를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단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대화가 무수히 나온다. 공자가 정리했다는 『춘추』도 유가의 관점에 맞춰 다듬은 흔적이 고고학적 발견으로 확인되고 있다.
기업의 기록도 다르지 않다. 글로 남기는 순간 쓰는 사람의 관점이 들어가고, 그 사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운다. 문자의 한계이기도 하고 사람의 성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기록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부풀려졌다고 없는 일을 지어낸 것은 아니고, 무엇을 부풀렸는지가 오히려 그 시대가 무엇을 중히 여겼는지 알려준다. 그래서 기록을 해석하고 검증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이다. 역사가가 하는 일이 그렇고, 평가하는 사람이 하는 일도 그렇다.
보고서를 쓰는 일이 지어내는 일로 느껴질 때
경영실적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코칭을 하다 보면 실무자들이 이 문서를 실제 일을 적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지어내는 일로 여기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그래서 쓰기가 괴롭고, 다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시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대로 적어도 그것은 이미 편집된 기록이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정하는 순간 관점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점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관점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가다.
왜 이 사업을 앞에 놓았는지, 왜 이 수치를 골랐는지, 부진한 부분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여기에 답할 수 있으면 그 보고서는 지어낸 것이 아니다.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사실만 적었다고 해도 읽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한다.
답할 수 있는지는 12월에 결정되지 않는다
연초에 무엇을 하겠다고 정하고, 연중에 그 진행을 확인하고, 확인한 것을 기록으로 남겨 두었는지에 달려 있다. 그 과정이 없으면 보고서를 쓰는 시점에 근거를 찾아 헤매게 되고, 그때부터 작성은 정말로 지어내는 일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사업계획 수립과 연중 모니터링, 내부평가를 경영평가의 순환에 맞추어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계획을 세울 때 평가받을 항목을 염두에 두고, 실행하면서 근거를 남기고, 내부평가에서 한 번 걸러 보고, 그 결과를 다음 해 계획으로 되돌리는 구조다.
여기서 핵심은 내부평가가 외부평가와 실질적으로 이어지는가다. 둘이 따로 놀면 실무자는 같은 일을 두 번 설명해야 하고, 어느 쪽도 자기 일과 상관없는 절차로 느낀다. 반대로 연결되면 내부평가에서 짚인 것이 외부평가에서 답이 되고, 외부평가에서 지적받은 것이 다음 해 내부평가 항목이 된다. 계획 · 실행 · 점검 · 개선이 문서가 아니라 실제 업무 안에서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이 연결이 없으면 아무리 지표를 정교하게 만들어도 실무자에게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일 뿐이다.
그러면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실무자가 경영실적보고서 작성을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장을 쓰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왜 하는지(why)와 이걸 쓰면 무엇이 달라지는지(so what)를 찾을 수 없어서다. 답이 없으면 남는 것은 마감뿐이고, 마감만 남으면 그 작업은 정말로 지어내는 일이 된다.
그 연결을 만드는 것은 조직의 일이지만, 개인 단위에서도 같은 순환을 작게 돌릴 수 있다. 맡은 업무를 시작할 때 올해 이걸로 무엇을 달라지게 할 것인지 한 줄로 적어 두고, 중간에 그 판단이 맞았는지 한 번 확인하고, 결과가 예상과 어긋났다면 왜 그랬는지를 남긴다. 잘된 것보다 어긋난 것을 적어 두는 편이 더 쓸모 있다. 연말에 보고서를 쓸 때 필요한 것이 대개 그 대목이고, 다음 해 계획도 거기서 나온다.
이렇게 해두면 보고서 작성이 근거를 찾아 헤매는 일에서 한 해 동안 쌓인 것을 꺼내 정리하는 일로 바뀐다. 조직의 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자기 업무 안에서는 그 순환을 먼저 돌릴 수 있다.
예전보다 나아진 것도 있다. 생성형 AI가 이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 흩어진 기록을 놓고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결과가 무엇을 남겼는지 되묻게 하면 혼자 붙들고 있을 때보다 빨리 정리된다. 초안을 대신 쓰게 하는 용도로 쓰면 그 글은 여전히 지어낸 것이 되지만, 자기 일의 why와 so what을 찾는 데 쓰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 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다듬는 도구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경영실적보고서 작성은 헛된 일이 아니다. 그 일이 헛되게 느껴진다면, 문제는 보고서가 아니라 그 앞의 연결이 끊겨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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