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기업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를 할 때 저자의 『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 뒤로 나온 책은 다 읽었다. 실무와 이론을 함께 가진 드문 저자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세상을 휩쓸었지만 인사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빅데이터까지 가기도 어렵고, 스몰데이터라도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이 드물다. 내가 프로젝트를 했던 곳은 데이터 축적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이었는데도 인사 데이터 관리는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사 분야가 뒤처져서가 아니다. 인사 데이터는 법적 규제가 강해서 모으고 분석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이 국가 차원의 종단 데이터가 막 쌓이던 때라, 대부분의 연구가 횡단분석 중심이었다.
그때 후회한 것
프로젝트를 하던 시기가 박사논문을 고민하던 때와 겹쳤다. 그래서 회귀분석 미만의 분석은 아예 생각하지 않았고, 무조건 종단분석을 하려고 덤볐다. 새로운 기법에 마음이 가 있으니 데이터 발굴도 어려웠고 정제 과정도 힘들게 흘러갔다.
지금 생각하면 기술통계와 상관분석, 키워드분석만 제대로 해도 고객과 소통하고 시사점을 얻을 부분이 꽤 있었다. 분석의 정교함과 쓸모는 비례하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의 속상한 지점
이 책은 저자가 축적한 데이터로 리더십이 무엇인지, 탁월한 리더의 특성이 무엇인지 밝힌다.
데이터 분석을 하다 보면 속상한 대목이 있다. 주제를 정하고, 모형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정제하고, 결과를 뽑아 보고하는 그 긴 과정을 거쳐도 직관과 경험으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신선한 결과가 나오지만 투입 시간 대비로는 효율이 높지 않다. 나도 20여 가지 주제로 분석했는데 담당 팀장의 기대를 넘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리더십 특성이라는 것도 그냥 읽으면 당연한 말이 된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인데, 그것까지 데이터에 입각해 제한된 유의수준 안에서 끌어내야 하니 결론이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이 책의 미덕은 두 가지다. 리더십으로 분석할 수 있는 영역을 거의 망라했다는 것, 그리고 분석 다음 단계인 실무적 지침까지 정리해 제시했다는 것이다. 개별 내용은 익숙할 수 있지만, 이렇게 구조화하고 사례를 붙여 제시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 책이 말하는 더 큰 것
사실 이 책은 진작 읽었다. 석사논문을 리더십으로 썼고 HR 애널리틱스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이기도 해서 흥미롭게 봤다. 전작 『조직문화 통찰』이 워낙 좋았던 터라 새로운 통찰이라는 면에서는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리뷰를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쓰기로 한 이유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자기만의 방법론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글들을 종종 보게 되어서다. 그런 글에 많은 사람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이 책이 보여주는 방식이 왜 필요한지 말하고 싶어졌다.
역량 하나를 이야기하려 해도 그렇다.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이 펴낸 『Compass』는 50여 가지 역량에 대해 역량 정의, 행동 사례, 진단과 성찰, 코칭 포인트, 개발 기회, 참고문헌을 역량별로 제시한다. 통계적 유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검증과 축적이 있고 나서야 그 방법론으로 남의 역량을 평가할 설득력이 생긴다.
인사 분야에서도 통찰과 방법론을 말하려면 이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자기 노하우만으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경계를 넘는다. 저자의 『조직문화 통찰』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함께 언급한 책 — 김성준, 『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 · 『조직문화 통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