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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주고 공 있는 사람에게 상을 준다고 했다. 인사의 원칙으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옳은 말이지만, 능력과 공은 그렇게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자격은 능력의 입력값이다. 학력, 경력, 시험 성적, 자격증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능력의 출력값은 성과다. 능력은 성과로 입증된다.

그런데 그 능력은 어떻게 확인하는가. 이전의 성과로 확인한다. 시험 성적도 학력도 경력도 결국 지나간 성과의 기록이다. 그러니까 이전의 성과가 능력의 자격이 되고, 이후의 성과로 그 능력이 다시 입증되는 구조다. 자리를 주는 근거와 상을 주는 근거가 실은 같은 것을 다른 시점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성과로 능력을 입증하면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과가 쌓이면 승진한다. 인사는 대체로 이 순환 위에서 돌아간다.

이 순환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장비를 써도 바람은 달라진다. 경쟁 상대도 그때그때 다르다. 마속은 주변에서 말리는데 기용해서 실패했고, 이순신은 반대를 무릅쓰고 기용해서 성공했다. 신립은 온 나라의 기대를 받고 나갔다가 무너졌다. 어느 쪽도 임명 시점에는 알 수 없었다.

적재적소는 사후에 붙이는 말이다. 성공하면 적재적소였고 실패하면 인사 실패였다고 하는데, 그 판단은 결과를 보고 나서야 가능하다. 능력은 성과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래서 인사 평가에서 조심할 것이 있다. 과거 성과가 좋았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 단정하는 일, 반대로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능력이 없다고 결론짓는 일이다. 둘 다 성과에 개입한 조건을 빼고 사람만 남긴 판단이다.

평가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그 조건을 함께 보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그 성과가 나왔는지, 무엇이 도움이 되었고 무엇이 방해가 되었는지. 그것까지 기록되어야 다음 배치에서 쓸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사람에게 등급만 남기면 그 등급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인간은 장기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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